독자 없는 잡지들
Magazines without readers
이준영 Junyoung Lee
What is the purpose of Art? Working in an art museum, I can watch how creating, curating and criticism builds a world of the ‘initiated’: those who are deeply involved in the whole process. But this excludes a vital component. Art is embedded in human society – it cannot exist in isolation, but moves with history and reflects concurrent culture. It seems to me that we suffer from a lack of communication, a barrier that excludes enthusiasts and consumers of art from its potential meanings. Of course, we cannot easily distinguish between creators and consumers. Artists inspire and enhance their own creations by engaging with the work of others, and many nonprofessionals produce their own work. That said, in practice, there are limitations on most people’s ability to penetrate the art world, to negotiate its rituals and jargon in search of experience. Considering art is not just for professionals, I sometimes wonder what so much of the work, exhibitions, and texts is aiming at.
Our first issue covers this gap between creators and consumers. I must admit that in planning this magazine, itself a product of the art world, I did not thoroughly consider who would actually be reading it. Around a decade ago, I was a big fan of independent publications and regarded myself as an enthusiastic reader. But as I made the switch from consumer to curator, I lost the habit. I now cannot recover that feeling of immersion that I used to get when reading magazines. Although independent publications have a long history in Korea, the last decade has seen a rapid increase in their number. I find it difficult to understand why. Considering that print media has given way to online, and written articles have themselves been displaced by video, it seems that demand cannot catch up with supply. I feel a bit irresponsible, adding to this overabundance of unwanted media. I’m wondering who you are, and what you are doing here in this world of paper and ink.
미술관에서 일하며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한계는 큐레이터와 작가, 평론가들 등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만 교류를 하며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막상 관객들을 만나보고 그들과 교류할 기회는 굳이 자리를 만들지 않는 이상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창작자와 소비자는 이분법적으로 뚜렷이 나누어지는 범주는 아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의 덕목은 기본적으로 남의 작품을 많이 보고 듣는 것이니, 창작자가 곧 소비자일 때도 많다. 물론 소비자에 머물던 사람도 많이들 창작에 뛰어들곤 한다. 이런저런 개념적인 정의를 차치하고라도, 어느 순간 내가 생산해내는 것을 향유할 사람에 대한 고려가 없이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생산에 대한 강박에 쫓기며 척척 결과물을 내놓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많다. 미술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소위 ‘궤도’에 오른 사람들의 잔치가 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살다 보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술작품은 분명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작품과 전시, 글 등의 모든 결과물들이 과연 누굴 향해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첫 호는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간극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한다. 잡지도 일종의 창작물일진대 그렇다고 그런 주제를 다루는 이 잡지가 독자에 대한 세심하고 깊은 고려를 했냐 하면 그렇다곤 못하겠다. 10여 년 전에는 나도 독립출판물을 정말 좋아하며 열렬한 독자를 자처했지만,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내 자신을 독자보다는 생산자에 위치시켰다. 그런 이후에는 잡지를 즐겨 읽는다기보다는 관찰 대상으로 삼을 때가 많아, 내가 순수하게 잡지를 읽는 행위 자체에 애정을 가졌던 때의 그 느낌을 다시 갖지는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독립출판물의 역사는 꽤 길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독립출판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내가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양의 잡지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러한 독립출판물 공급 과잉의 시대에 수요가 그 공급을 따라가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고, 스스로를 열렬한 독자로도 생각지 않는 이런 상황에 내가 잡지 하나를 더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까 하는 변을 남긴다. 이제는 종이 잡지보다는 웹진을 많이 읽고, 웹진보다는 유튜브를 많이들 보는 시대이기도 하다. 전에 잡지를 함께 만들던 친구가 이제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종이와 글의 세계에 남겨져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